부동산 시장에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재지정 이후 서울 내 실거래가 ‘6억 원 이하’와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크게 증가했는데요. 이런 현상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토허제 재지정 이후 달라진 서울 아파트 시장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 분석에 따르면, 토허제 재지정 이후(3월 24일~5월 19일) 서울 아파트 거래 중 ‘6억 원 이하’ 거래량은 전체 거래의 22.0%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올해 초부터 토허제 해제 시기(1월 1일~3월 23일)의 거래 비중 14.4%보다 무려 7.6%포인트 높아진 수치입니다.
반면 ’15억 원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토허제 재지정 이후 17.5%로, 토허제 해제 시기의 32.7%에 비해 15.2%포인트나 감소했습니다. 소형 평형 측면에서도 ‘전용 60㎡ 이하’ 거래 비중이 41.0%에서 45.6%로 4.6%포인트 증가했습니다.

토허제란 무엇인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도구입니다. 지정된 구역 내에서 부동산 거래 시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실거주 목적 증명과 일정 기간 전매 제한 등의 조건이 부과됩니다.
투기과열지구나 집값 급등 지역에 주로 지정되며,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잠실, 삼성, 대치, 청담(일명 ‘잠삼대청’) 지역이 토허제 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제도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형성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소형·저가 아파트 거래량 증가 원인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토허제 해제 이후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파르게 이어지자, 그동안 관망세를 보이던 실수요자들이 “더 기다리면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둘째, 토허제 재지정으로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의 거래량이 급감한 영향입니다. 실제로 3월 강남구 아파트 거래량은 816건에서 4월 85건으로 약 89.6%나 급감했습니다. 반면 실수요자가 많은 강서구는 같은 기간 447건에서 386건으로 15.8% 감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서울 강남지역 등 핵심지 집값이 많이 오르자 매수 관망세를 유지하던 실수요자들이 추가 집값 상승 불안감으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밴드왜건 효과'(편승효과)와 비슷한 상황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인구구조 변화도 소형 아파트 인기에 영향
토허제의 영향 외에도,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인구구조 변화가 소형 아파트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1인 및 2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는 소형 아파트 선호 현상의 주요 요인입니다. 2027년에는 1·2인 가구 비중이 6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구조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또한 수도권에서는 전용 84㎡ 분양가가 10억원을 넘어서면서 가격 부담이 적은 소형 아파트로 수요가 옮겨가는 경향도 있습니다.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MZ세대의 증가 역시 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토허제의 부동산 시장 영향
토허제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시장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허가 절차와 실거주 의무 등의 조건이 거래의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지역과 시장 상황에 따라 영향이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투기 억제 효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토허제 지정 후에도 오히려 집값이 더 올랐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는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에 따른 1주택 실수요자들의 쏠림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토허제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투자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반포, 잠원, 개포, 고덕 등 강남권과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소형 아파트 시장 현황과 미래 전망
최근 소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적으로도 이들의 청약 경쟁률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2024년 전국에서 분양된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30.2대 1로,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7.4대 1)보다 약 4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3년 소형 평형 경쟁률이 12.9대 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등한 수치입니다.
공급 측면에서는 지방 분양시장에서 소형 아파트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지방에서 분양된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공급 비중(임대 제외)은 2020년 18.5%에서 2024년 8.28%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며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향후 소형 아파트 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도심 접근성이 좋은 지역의 소형 아파트는 더욱 가치가 높아질 전망입니다.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
토허제 이외에도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첫째, 공급 감소입니다. 서울의 신규 아파트 착공 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앞으로 몇 년간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둘째, 전세가격 급등입니다. 전세 수요는 꾸준한 반면 신규 아파트 공급은 줄어 전셋값이 상승했고, 이로 인해 매매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습니다.
셋째, 자재비와 인건비 등 건설원가가 계속 오르면서 분양가와 기존 아파트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넷째, 미국 및 국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연말 대출 규제 완화 등도 매수세를 촉진했습니다. 특히 2025년 1월부터 대출 총량 한도가 리셋되면서 금융 여건도 일부 완화되었습니다.
6월부터 시행되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의무화의 영향
부동산 시장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제로 에너지 건축물(Zero Energy Building·ZEB)’ 인증 의무화입니다. 6월부터 민간 아파트도 ZEB 인증이 의무화되면서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은 고단열, 고기밀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는 건축에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공공 분양이나 임대 아파트는 이미 지난해부터 적용했으며, 민간 아파트도 6월부터 적용됩니다.
이에 따라 올해 아파트 분양가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기존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ZEB 의무화 시행 전 ‘막차 분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수요자를 위한 조언
현재 집을 구매하려는 실수요자라면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소형 아파트 시장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적 요인으로 앞으로도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무작정 서두르기보다는 자신의 재정 상황과 주거 요구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지역별로 가격 상승 폭이 다를 수 있으므로, 투자 수익보다는 실제 거주 목적에 맞는 지역과 평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대출 가능 금액과 상환 능력을 미리 점검하고, 향후 금리 변동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계속 변화할 수 있으므로, 부동산 시장과 정책 동향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토허제 재지정 이후 소형·저가 아파트 거래량 증가는 부동산 규제 정책의 영향과 함께 인구구조 변화, 경제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정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앞으로도 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1~2인 가구 증가와 같은 구조적 변화로 인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 있거나 실제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러한 시장 흐름을 이해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